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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책-가시고기

날짜
2006.10.29
조회수
267
송태우
  • 분류 : 김재헌교수님
0살의 꼬마소년 정다움. 다움이는 2년 전부터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도 어릴 적에 그런 비슷한 병이 있었지만 내가 가진 병은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병이었다.
'백혈병'그건 다움이의 병명이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힘든 삶을 살아가는 다움이에게 가장 큰 버틸 목이 되어준건 아빠였다. 다움이에게 엄마는 없었다. 아빠와 자신을 버리고 프랑스로 훌쩍 떠나버린 엄마...
하지만 다움이는 엄마를 많이 그리워하지는 않았다.
누구보다도 자신을 사랑하는 아빠가 자신의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다움이는 항상 아빠에게 퇴원하기를 부탁했다. 하지만 항상 아빠는 거절하곤 했다. 계속 병원비를 내지 못해 원무과에서 나쁜 소리를 들어도 말이다.
다움이는 골수 이식을 받지 않으면 살기 어려울 정도로 병이 많이 악화되었다. 하지만 다움이에게 맞는 골수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결국 아빠는 다움이가 죽을 때까지 항암 치료로 고통을 받는 선택대신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다움이에게 바다도 보여주고, 세상도 보여주고 싶었다.
다움이와 아빠는 한 동안 떠돌아다니다가 숲 속에 외롭게 살고있는 노인을 만나게 되어 사락골로 들어가게 된다. 다움이처럼 몹쓸 병을 앓고 있던 노인은 이 산속에서 병을 고쳤다고 했다. 그건 바로 다움이에겐 희망인 것이었다. 맑은 공기와 닥치는 대로 먹었던 약초가 현대의학으로도 치료할 수 없었던 노인의 병을 고쳤다고 했다. 아빠는 다움이를 위해 버섯을, 뱀을, 약초를 찾아 온 산을 헤매고 돌아다녔다. 다움이는 아빠의 정성 때문인지 조금씩 조금씩 기력을 회복해 갔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다움이는 아프기 시작했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백혈병이 재발한 것이었다. 결국 아빠와 다움이는 산 속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서울의 병원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움이의 엄마에게서 다움이에게 맞는 일본인의 골수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서... 다움이에게는 다시 희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아빠에게는 돈이 없었다. 병원비도 못 내는 형편에 그런 수술을 해줄 돈조차도 아빠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다움이의 엄마는 다움이의 치료비를 대신 내주려고 한다.
그렇지만 아빠는 거절한다. 다움이의 엄마는 다움이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다움이의 재능을 사랑한 것이란 것을 아빠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움이는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다움이는 조각에 놀라운 능력을 타고났다.
원하지도 않았던 다움이의 양육 포기 각서를 주고서 이혼을 요구했던 엄마는 다움이의 재능을 탐낸 것이다.
아빠는 결국 자신의 신장을 팔기고 한다. 다움이의 수술비 마련을 하기 위해...................
그러나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아빠의 숨어있던 병이 몇 가지 검사를 통하여 겉으로 나타난 것이다. '간암 말기'아빠의 병명이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설상가상이라고 하였던가. 다움이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 장기를 검사한 아빠가 오히려 간암에 걸려 죽어야 하다니.
아빠에게는 운이 없었다. 다움이에게 해줄 것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아빠는 신장을 팔 수 없었다. 아빠는 마지막 선택으로 눈의 각막을 팔기로 한다. 신장은 한 개만 있어도 살수 있지만 눈은 달랐다. 하지만 아빠는 눈을 팔고 그 돈으로 다움이가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다움이의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아빠의 병은 드디어 표면에 나타나 아빠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빠는 다움이가 자신 때문에 슬퍼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다움이를 엄마에게 보내기로 했다. 다움이에겐 매몰차게 대하면서...
다움이는 엄마랑 살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다움이는 엄마와 함께 프랑스로 떠나고 아빠는 사락골에서 외로운 죽음을 맞이한다.
아빠는 가시고기의 삶을 살았다. 엄마가 버리고 간 새끼 가시고기들을 끝까지 키우고 새끼 가시고기들이 떠나면 돌에 머리를 박아 죽는 아빠가시고기, 다움이의 아빠는 가시고기와 같았다.
모든 것을 다 주고서 자신은 죽는 가시고기의 운명처럼 아빠도 외롭고 슬픈 운명이었다. 아빠가 각막을 팔았을 때 나의 머릿속에는 허용할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 찼다. 내가 아빠라면 그럴 수 있을까??? 아들에게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매몰차게 대한 아빠의 행동은 나를 더 가슴아프게 했다.
자신의 삶을 위해 다움이와 아빠를 버렸던 엄마를 보면서 너무나 화가 났다.
'어찌 저렇게 이기적일 수 있단 말인가?'모정도 없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랑 같았다. 아빠의 희생이야말로 보기 힘든 진짜 사랑이 아닐까....싶다. 다 주고서도 아깝지 않은 사랑...
책을 덮고 다시 한번 책의 표지를 봤다.
요즘 이렇게 부패된 사회에서 그런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내가 아빠라고 해도 저렇게는 못 할 것 같다.
어린 아들에게 모든 걸 다 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난다.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랑의 대가가 없는 것처럼 아빠는 아들에게 자기의 모든 걸 다 주었다. 그리고 아빠는 후회하지 않는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더욱 많아 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들보다는 이런 가시고기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을 앞으로 존경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