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힘만으로 액체를 움직인다.

프랑스와 미국 공동 연구팀이 비누같은 액체에 레이저 빔을 비추어 빛의 힘만으로 소량의 액체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참고문헌1].

사람 머리카락보다 가는 채널을 통과하는 유체의 흐름을 제어하는 과학인 마이크로유체공학(microfluidics)은 주로 생명과학과 화학 분야에서 약물전달, 시료분석 등에 응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 기술이 전자 칩을 냉각하는 데에도 이용되고 있으며, 또한 광유체공학(Optofluidics)이라는 이름으로 광통신 부품을 포함한 다양한 광학 분야로도 접목되고 있다. 칼텍 팀의 고밀도 광유체 데이터 저장 장치, 하버드대 팀의 마이크로유체 레이저와 액체 도파로, 호주 팀의 마이크로유체 마흐젠더 간섭계가 그 예이다. 기존의 광학 재료들 대신, 광학적 변화가 큰 유체를 광회로에 도입함으로써, 광회로의 유연한 미세조정과 재구성이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참고문헌2-4].

이러한 마이크로유체공학에서는 대개 전기삼투, 모세관 현상, 전기습윤, 음향흐름 등의 현상을 이용하여 유속을 제어한다. 빛을 이용한 흐름 제어 방식도 헝가리 연구팀에 의해 개발되기도 했지만, 마이크로채널에 있는 광전도성 물질에 빛을 비추면 국소 전기장이 바뀌고, 이로 인해 전기삼투 추진력이 바뀌는 간접적인 방식이었다[참고문헌5].

그런데, 미국 시카고대(University of Chicago)팀과 프랑스 보르도대(University of Bordeaux) 팀이 함께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액체가 직접 빛의 압력으로 움직인 것이다. “이전의 연구에서는, 사람들은 레이저로 개개의 입자들은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헌데, 레이저는 유체에 큰 흐름을 일으키는 데도 이용될 수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아는 바로는 이 특별한 효과를 입증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이라고 시카고대 물리학과 대학원생인 로버트 슈롤(Robert Schroll)은 말했다.

실험에서 레이저 빔을 비누같은 액체에 비추자, 길고 안정적인 액체 제트가 발생되었는데, 의외로 먼 거리를 가로지른 뒤 물방울들로 나누어졌다. 또한 빛을 다른 각도로 비추었을 때는, 빛이 액체를 밀어 둥근 언덕 모양으로 만들기도 했다. 물리학자들은 레이저가 열 효과를 통해 액체를 움직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경우의 원인은 열이 아니었다. 이 실험에 쓰인 액체는 빛을 매우 적게 흡수하는 유형이다. 이 액체를 가열하는 데는 더 많은 빛의 흡수가 필요하다. 이 실험에서 시카고 팀의 이론적 계산과 보르도 팀의 실험 결과는 잘 맞았다. 빛 자체의 부드러운 힘이 액체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실제로 빛은 우리를 약간 밀고 있는데, 이 효과를 복사압력(radiation pressure)이라고 부른다”고 시카고대 물리학 조교수인 웬디 장(Wendy Zhang)은 말했다. 광자에 의해 발생되는 이 부드러운 압력은 보통은 눈에 띄지 않지만, 실험에 쓰인 액체는 엄청나게 약한 표면을 갖고 있어서 빛으로도 변형된다.

실험용 액체는 물과 기름의 혼합물인데, “근본적으로는 비누”라고 장은 말했다. 그러나 보르도대의 장-삐에르 데비에(Jean-Pierre Delville)와 동료들은 액체를 정밀하게 혼합하여 특정한 조건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나타내도록 했다. 이 액체는 35 °C 이하에서는 한 가지 형태지만,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서로 다른 밀도를 가진 두 가지 서로 다른 형태로 분리된다. 물리학자들은 이것을 “상 변화”라고 부른다. 끓는 물이 증기로 변하는 것처럼, 많은 상 변화들은 일상적이다. 보르도 팀이 실험실에서 조작한 상 변화는 좀 더 색다르다. 이 비누같은 액체는 임계온도에 도달함에 따라, 겉보기가 진주색이 된다. 이러한 색 변화는 광자들이 강하게 반사되거나 산란된다는 신호다. “광자는 액체 일부에서 산란되지만, 달려 왔던 에너지와 동일한 에너지로 벗어난다. 이러한 산란 효과가 우리가 관찰한 흐름의 원인이다. 광자는 에너지를 잃지 않기 때문에, 액체 그 자체에 대해서는 어떠한 에너지도 전달하지 않는다. 따라서 광자는 아무런 열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슈롤은 말했다.

전통적인 마이크로유체공학에서는 과학자들이 컴퓨터 칩에 채널을 식각하고 주수 펌프에 연결하는데, 레이저추진 마이크로유체 시스템에서는 연구자들이 더 빨리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은 말했다. “내가 채널을 만들었다고 하자,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빛을 비추면 된다”고 장은 말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이번 결과는 마이크로유체공학에 새로운 액체 제어 방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액체를 매개로 하여 빛을 빛으로 제어하는 완전 광학 장치로도 이용될 수 있어, 광유체공학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지도 모른다.

* 그림 : 위로부터 비춰진 레이저에 의해 액체 제트와 물방울 흐름이 형성되었다. 아래에 있는 흰 막대는 사람 머리카락의 폭 정도이다. Physical Review Letters 3월 30일자 논문에서, 이들은 이 제트가 완전히 레이저 빔의 복사압력에 의해서 생겼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 참고문헌
1. Phys. Rev. Lett. 98, 133601 (2007)
2. Appl. Phys. Lett. 88 061112
3. Optics Express 12, 5440
4. Laser Focus World, October 2004, p39
5. Appl Phys Lett, 89 26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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